기분을 산다는 것
in mind control
사실 나는 돈에 있어서 굉장히 쫄보이다.
돈이 부족했던적은 한번도 없었는데도, 그냥 큰 돈을 쓰는게 아깝고, 사실 그래서 명품이나 이런것들이 정말로 몇 백만원의 값어치를 하는지 의문이 들어 사지 않는다.
선물로 받는다면야 뭐 거절하진 않겠지만,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누가 굳이 나에게 몇십, 몇 백만원짜리의 명품을 사다주겠는가.
뭐 여튼, 그래서 돈을 크게 쓰는 편이 아니다.
수업이나 무언가를 배우는데에는 아까워하지 않지만 뭔가 나를 위해 뭔가를 사고,
나를 위해 뭔가를 선물한다는게 아직도 나는 좀 어색하다.
(오늘 아침도 사실 존리 박사님?의 영상에서 감정소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현대인들 중에 돈을 쓰는거 말고 본인이 가장 쉽게 기분이 좋아지는게 있나..
그래서 소비를 없앨수없다 읍읍)
사실 기분이 바닥을 치다못해 저 지하끝이 어디인가 계속해서 매일매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이 몇달간,
나는 아무것도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오늘은 어디까지 내려가나 그것만 지켜보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질만한 뭔가를 해야겠다고.
이따위로 기분을 계속해서 보내는게, 정말 거지 같아서 못해먹겠다고.
(사실 이래놓고 내일 되면 또 거지같아질거임)
나를 위해서, 뭔가 기분 좋은 일을 하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서는
알고있는 네일샵에 아침 7시부터 문자를 했다(ㅋㅋㅋㅋㅋ) 오늘 오후 7:30분에 예약가능하냐며
다행히 된다고 하셨다(보통 이런적이 없는데 코로나때문에 사람이 없는듯하다)
사실, 나는 손이 못생기기도 했고( 우리엄마는 내손이 세상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난 정말 못생긴거같다.. 애기손이다 초딩손)
개발을 하다보니 눈뜨고 감는시간 내내 키보드 앞에 앉아있는데 손톱이 길면 , 그러니까 네일아트를 하면, 키보드가 밀린다.
손끝으로 타자를 쳐야하는데 손톱으로 치고있으니 손에도 무리가 가고, 오타도 많이 나고, 사실 그 느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손톱으로 칠판긁는 약한ver느낌)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 나는 손톱을 자를때 흰부분을 절!!대!! 남겨놓지 않는다.
흰부분이 무조건 남아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손을 보는것 조차도 고통이라고 한다….;;;;;;;;;;;
근데 난 내 손에 흰부분이 2mm가 되는날에는 무조건 손톱을 자른다.
왜냐면 너무 답답해!!!!!!!!!!!!!!!!!!
손톱에 때끼는것 같고, 깔끔해보이지 않고 그래서 난 별로다. 그리고 바짝깎아야 뭐 좀 ‘아 손톱좀 깎았네’ 하는 느낌이 들지…
하지만 손이 예쁘신 분들은 당연히 흰부분을 냅둬야한다… 흰부분이 있어야 손이 가늘고 예뻐보이지만
전 이번생은 틀린걸루…
특히나 이러한 이유들로 네일아트를 하고 싶지만 여지껏 하지않았다.
너무 불편한게 많아서..
그리고 네일샵에 갈떄마다 손톱이 짧으면 쿠사리를 듣는경우도 왕왕 있어 기분이 나빠 가는 네일샵만 가기도 한다.
(도대체 왜 손톱짧다고 쿠사리를 들어야하나요…?)
근데 손틉은, 확실히 기분은 좋다. 뭔가 받으면,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는, 내 손이 정말 예뻐보이는..
그런 착시효과를 준다.
막 뭐 덕지덕지바르는건 싫고 그냥 손톱위에 브러시가 몇번 지나갈 뿐인데 그게 그렇게 기분좋을 수가 없다.
사실 미용실에 가고 싶었지만……. 우선 좀 봅시다. 조만간 곧 할 것 같으니
여튼 그래서 네일샵에 가서 ‘둥글게 잘라드릴까요?’ 라는 말에 ‘흰색 부분 다 없애주세요’ 라고 했더니 당황하시긴 하셨지만 그래도 아무말 없이 잘 잘라주셨다.
덕분에 아직 손톱이 자라려면 한참 남았다.
그 위에 색칠하느라 힘드셨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런 네일아트라면… 받아볼만 하겠다 싶다.
사실 어제 질문모임에서 ‘오늘 당신의 하루를 0에서 10으로 표현한다면 어떤가요?’ 라는 질문에 다들 8-9 얘기를 하는데
(사실 나만 맨날 너무 어두워서 죄송하긴 하다만) ‘저만 항상 너무 어두운것 같아서 죄송한데 전 오늘 0이었던 것 같아요..’ 라고 얘기했다.
모든 사람들이 ‘0이기도 쉽지 않은데..!!’ 라는 말과 함께 뭔가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눈물이 나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아주 그냥 주책바가지구먼 생각과 함께 정말 간신히, 정말 간신히 꾹 참고 상황을 넘겼다.
참나 정말 아무때나 눈물나는거 이거좀 어떻게좀 했음 좋겠다
여튼 어제 그 질문모임에서의 그 기분이, 내가 오늘 하루를 0으로 보낸 그 기분이…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봐준게 정말 오래간만이라
나를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되었다고 해야하나
‘아 요즘 제 기분이 거지같네요’ => 그렇다면 뭘 해야 기분이 나아질까요? => 뭔가를 사거나 뭔가를 쓰세요!!!!!
사실 네일아트를 받는데 4만원이었다.
한시간에 4만원이었는데, 이게 2-3주 정도 지속이 된단 말이지…
그럼, 2-3주동안 내 손을 보면서 참 기분이 좋은데,
2-3주동안에 4만원을 쓰고 기분이 +1 아니 +0.5라도 된다면 괜찮은 소비 아닐까,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사실 기분이 좋을때는 네일아트 안했었던것 같다.
근데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뭘 할 때 기분이 좋은지 알아놓는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걸보고 뭐 행복노트, 이렇게 얘기를 하던데
사실 어떻게 보면 많이 중요한 일이다.
나이 서른먹어서까지도 뭘해야 기분이 좋아지는지 잘 모르는게 참.. 여지껏 뭐했나 싶다.
참고로 오늘 한 네일아트… 제 손을 봐주십쇼
초딩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