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쓰기] Day 49 : 10년뒤에 정확히 기억해야할 부끄러웠던 날




친한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2학년때부터 친구인 친구.

내 기억에 이친구는 늘 눈에 독기가 서려있었다. 물론 애가 좀 부리부리해서 그런것도 없지않아 있긴하지만..

그냥 정말 사회에 불만많아서 누구든 걸리기만해봐라 라는 눈빛을 가진 아이였다.

이 친구의 사회성도 진지하게 의심될때가 있는데 또 넉살좋게 작정하면 잘하더라….희한한새끼….

시간이 지나고 군대를 다녀오고 여자친구를 만나고나서부터 이 친구의 독기가 눈에서 많이 빠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여자친구한테 늘 감사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애한테서 독기를 빼주었다…)

지금은 독기가 아니라 세상에 찌든…직장인이 되었지만

여튼간 참 내가 많이 아끼고 좋아하고 늘 나의 멘토같은 친구이다.

남자애라 막 엄청 표현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내 표현이 일방적임ㅋㅋㅋㅋㅋㅋㅋ)

난 안다.

얘도 내가 무슨일이 있으면 달려와줄거라는걸.


굉장히 오래 알고지낸 친구이고, 정말로 고등학교때부터 원체 똑똑했던 친구라

이 친구랑 얘기하는걸 좋아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얘가 원체 야근도 잦고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이다보니

(스트레스로 흰머리가 너무 많이나서 지금 완전 할아버지다………같이 염색약골라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부를수가 없다…. 그래도 종종 통화는 하는데 그것도 참 다행이다 싶다.

얘 성격에 피곤하면 전화 안받을 스타일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날잡아서 만나야하는 그런 친군데 저저번주에 만나서 밥을 먹었다.

반년만에 만났나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제는 둘다 직장인이고 여태 과거얘기보다는 미래얘기를 많이 해야하는 시점이라 그런가

대부분이 다 경제 관련 내용이었다.

친구가 일하는쪽도 경제관련된 쪽이라 더더욱 그럴수도있지만…

(사실 2주전에는 충격이 더 했는데 지금은 충격받은 내용도 많이 사라지려고하네..)


내가 경제지식이 부족한줄은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세상돌아가는거에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대화에 따라가지 못함을 느꼈다.

근데 처음에는 ‘얘가 그런쪽에서 일하니까 내가 못따라가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하면할수록 너무 기본적인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거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걸 모르다니.. 뭐하고 산거지

얘 나랑 18살부터 알고지낸 사이인데, 얘는 여태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난 여태까지 뭐했나(물론 많은걸 하긴했지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의 내가 또 생각났다.

과거에 난 ‘경제공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한번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행동들의 결과를 오늘 불시 테스트를 받은 기분이었달까?

‘지소라씨 맨날 경제공부한다고 말로만 해놓고 얼마나 했는지 한번 볼까요?’ 라는 불시검문.

흑흑

역시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에 내 친구가 몇번이고

‘지소라 완전 바보네 야 공부좀 해라’ (이 말을 한 5번은 들은듯…)

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너무 부끄러웠다.

정말 진짜 너무나. 인생에 몇 안되는 부끄러운 순간중 하나가 될거다.


근데 얘가 이렇게 얘기해주는게 기분나쁜게 아니라 정말 저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맙다고해야하나.

얜 정말 날 무시하려고 그런 말을 한게 아니라는걸 알아서 기분이 하나도 안나빴다.

내가 장담하건데 10년뒤에 난 이 친구한테 이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엄청 고마워할거다.

(그때 되면 진짜 엄청난 선물을 해줘야지….)

나한테 저런 말해주는 사람도 없거니와 얘기를 해줄만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한테 저런 얘기를 해준 그 친구한테 너무 고마우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너무 부끄러웠다. 또 그 부끄러움이 망치로 머리를 때린것 같달까


나 이렇게 살다간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

이렇게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 바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


근데 얘가 또 헤어지는 길에 나한테 ‘너 10년뒤에 어떻게 될지 심심할때 한번 생각해봐’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미쳐따리 증말…

최근에 내가 구독하는 글이 있는데

그 글에서 ‘나에게 10년뒤에 어떻게 살아갈지 알려주는 사람이 1명만 있었어도 내 인생은 달라졌을거다’ 라는 글이 있었다.

난 사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꽤 오랜기간 나에게 말했다. 꽤 자주.

바로 아빠.

아빠는 늘 말한다. 지금도.

‘10년뒤에 뭐하고 있을지 생각하고 살아’라고. ‘10년뒤 먹거리를 찾아’ 라고.

근데 이게 진짜 아이러니한게,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부모가 얘기하면 귓등으로도 안들린다는게 문제다.

난 울 엄빠가 말하면 내 뇌 어딘가에 저장해놓긴하는데 임팩트가 뽝!!!!!하고 오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제3자가 똑같은 얘기를 하면 ‘헐 우리 아빠도 똑같은 얘기했는데’ 라고 그제서야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나 좀 멍청한가.

근데 원래 부모자식이 그렇지않나. 그래서 부모가 자식 못가르친다고 하는 말도 있고…

여튼 저 글귀를 읽고 나의 10년뒤를 생각해봤었는데,

상상도 안간다.


사실 20살의 나는 30살의 나를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그냥 막연히 잘될거라는 생각이었을뿐.

아니, 잘 되겠지 뭐 라는 낙관이었다.

(근데 잘 됐나? 자격증이나 인증같은건 받고싶은거 다 받았던거 같긴하다.. 근데 인생에 걸친 고민은 해본적이 없어서 이루지 못했던것 같다)

인생에 뭔가를 하는 상태를 추구했던게 아니라 뭔가를 갖고, 얻는데에 집중했던 10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뭔가를 갖고 얻는것보다 내가 어떤 상태로 being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것 같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은게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머리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말이 있는데,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기어가든 걸어가든 뛰어가든 어떻게든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러니까…

내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대로275번길 20 103동 2004호’를 가겠다고 목표를 정해놓으면

걸어가든 기어가든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택시를 타든 어떻게든 도착한다는거다.

저건 너무나도 명확하니까.


자기계발서, 동기부여 영상을 보면 맨날 말하는게 이 내용이다.

'’명확한 목표를 그리세요. 그리고 그걸 시각화하세요. 매일 생각하세요. 매일 상상하세요.’’

그치만 나는 매번 이런걸 볼때마다 ‘도대체 명확한 목표가 뭐야.’ 라고 생각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대로275번길 20 103동 2004호’.. 이게 명확한 목표이다.

(위 주소는 부산 롯데캐슬이라고 검색하니까 나온 주소임… 누가 사는진 모르겠지만 저렇게 적혀있으니까 이상하네

나도 롯데캐슬 살고싶다)


‘나는 부자가 되겠어’

‘나는 집을 몇채를 갖겠어’

‘나는 어떤 차를 갖겠어’ 가 아니라 거꾸로 가야하는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얼마인데 얼마를 모으기 위해서는 연 얼마를 벌어야하고, 연 얼마를 저축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부수입을 어떻게 만들거고 어떻게 저축을 할건지

굉장히 구체적인 수치와 함꼐 계획해야, 그래야지만 기어서라도 도착한다.



최근에는 운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이라는거.. 분명 존재한다.

모든 소위 ‘성공했다’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걸 모아보면 분명 있어도 뭔가있다.

그걸 믿냐 안믿냐의 차이이지..

종교적으로 믿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지만 분명 존재하고 알아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기회를 데리고 왔을때 멍청하게 잡지 못하고 싶지않다.

더 무서운건 기회가 왔는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근데 알아보지도 못하면 후회도 안할테니 오히려 다행인건가…아님 멍청함이 멍청함을 낳는건가…

으 멍청하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싫다.

뒤쳐지는 그 기분이 너무 싫다.

이건 진짜 싫다. 싫은 감정이다.

뒤쳐지면 죽는다는 생각이 늘 있다.

난 분명 어렸을때부터 부족함없이 컸던것 같은데 왜 저런 생각이 늘 기저에 있는지 모르겠다.

뒤쳐지면 죽는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친구가 나보고 나랑 수준맞는 사람을 찾아서 스터디를 해보라고 했는데,

우선은 나랑 수준맞는 사람을 찾는것도 어렵거니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내 수준도 난 잘 모르겠다..

사람찾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나 혼자서라도 뭐든 해야겠다 싶었다.

작년 중반에 정치에 환멸이 나서 뉴스고 sns고 다 끊어버렸다.

해결되지도 않는 일들 잡고 화만 나고.. 내 에너지를 그런쪽으로 쓰고 싶지않았다.

근데 정치는 그래… 뭐 신경안쓴다고 하더라도 경제는 신경써야한다.

인간의 본성을 잘 이용해서 만든게 (물론 최상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인데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려면 적어도 기본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모.든.사.람.은 많은 돈을 벌고싶어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돈때문에 죽고 돈때문에 사는 세상이다.

근데 누구는 20시간을 일해도 늘 가난하고 누구는 똥을싸도 돈을 버는걸까

어디서부터 오는 차이일까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서점부터 갔다.

근데 또 서점을 진짜 백만년만에 갔다는 사실에 또 현타가 왔ㄷ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뭐하고 살았지 정말?

서점가서 요즘관심있는 기획책, 경제가이드책, 세금, 재무제표관련 책을 사고,

바로 경제신문을 구독했다.

책을 읽고 신문을 읽는다고해서 내 인생이 당장 뿅 하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시작을 하게 해준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물론 너의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요즘 경제신문을 읽고 초딩때했던 스크랩을 다시하고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재밌네 이거…


난 정말 세상 여러분야에 관심이 많다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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