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쓰기] Day 50 : 전화중국어 다시 시작했다!(feat.살면서 쓸일도 없는걸 배운다는것)




전화중국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너무 일찍하지 않고 좀 적당한 시간에 하려고 7:40분으로 신청해놨다

근데 어제 저녁에 늦게자서 그런가 7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아예 못듣고 계속 자고 있다가

2번쨰 전화가 왔을때 받았는데 완전 비몽사몽으로 받았다…

썜이 ‘喂(여보세요)’ 라고 하길래 ‘아 오늘 중국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정신 없는 와중에도 ‘喂(여보세요)。아….早上好。(좋은아침이에요) 对不起。(죄송해요) 저 지금 일어났어요…’ 라고 대답함

중국어와 한국어의 콜라보랄까….

집이 복층인데 내가 기립성저혈압이있어서 안그래도 일어나서 내려올때마다 매번 어지러운데 ( 복층 경사가 엄청남.. )

거기에 정신까지 없어서 더 정신없다…

다음엔 무조건 일찍일어나야지.. 아님 침대옆에 책을 놔야겠다

그러더니 쌤이 막 뭐라고 말하시는데 ‘??????네?’ (너무 빨랐음)

라고 하니까 한국어로 대답해주셨다… 하 한국어할줄아는 중국쌤이구나 완전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

다른 중국인쌤들은 아예 한국어를 몰라서 예전에 답답했었는데

한국어 잘하시길래 ‘老师,您韩语很好…‘(썜 한국어 잘하시네요…) (문법완전 틀림ㅋㅋㅋㅋ)라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谢谢。(감사해요)’ 라고 하심ㅋㅋㅋㅋㅋ



그러시더니 자기소개 해달라고 하시길래

‘아 자기소개요….잠시만요… 我的名字是池昭羅。我三十岁。我是开发者。我学了两年中文, 休息一年’

(제 이름은 지소라입니다. 30살이구요.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요. 2년 중국어공부했고, 1년 쉬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니까 엄청 잘하는것 같지만

음…아…어…와 너무 오래된 기억속의 중국어 단어들을 꺼내고, 사전의 도움으로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음…

쌤이 그러더니 ‘为什么想学中文?’(중국어는 왜 배우고 싶어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我怅怅想学中文了’(전 항상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쌤이 1년쉰거 치고 너무너무 잘한다고 하셨다. 발음도 좋고, 단어도 많이 기억하고, 문장 만드는것도 잘한다고.

다음시간부터 수업나가자고 하심.(쌤 제가 더 열심히 할게효! (๑و•̀Δ•́)و )

아침부터 칭찬받아서 기분 좋음. 중국어 더 잘하고싶다.

내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색,계’였다. 색계에 나오는 탕웨이의 말이 너무 예뻐서

중국어를 배우고싶다는 마음만 수년째 먹고있다가 3년있다가 시작했었다.

(내 추진력을 고려했을때 엄청난 고민이었나보다.. 고민할일도 아니었는데)

근데 저저번주에 색계를 다시 봤는데, 거기서 말하는 내용들을 꽤나 때려맞추는 정도가 되었다(대견하다 지소라 진짜)

난 때려맞추는거 잘한다고 예전부터 말은 들었다.

아무래도 둘다 한자문화권이다보니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아서 그런가..

색계에서 나오는 문장들중 간단한거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보는 내내 뿌듯했음)



근데 난.. 인생에 중국어 할 일이 없다.

일도 그렇고 중국인 친구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중국에 여행에 가거나, 중국인친구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중국어를 쓸일이 없다.

누군가는 나보고 참 비효율적인걸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바로 내 엄마)

인생에 쓸일도 없는걸 왜 배우냐는 식으로 물어보길래..

참..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주어야할깝쇼


인생에 물론 반드시 필요한걸 먼저 배우는게 우선 순위이긴하다.

그건 분명한데, 그게 어느정도되고 내가 여유가 된다면 하루 10분 투자한다고 그걸 ‘비효율적이다’ 라고 얘기할건 아닌것 같다.

난 ‘조건부’를 좋아하지않는다.

이 조건부라는건 비즈니스적 계약을 제외한 거의 모든것에 해당이 되는데,

예를들면 이런거다.

‘난 지금 하던게 끝나면 ㅇㅇ를 할거야’

‘난 졸업하면 ㅇㅇ를 할거야’

‘난 코로나가 끝나면 ㅇㅇ를 할거야’

이런식으로 ‘~하면’ 이라고 조건을 붙이는걸 굉장히 안좋아한다.

엄마가 저런 핑계를 대면서 사는걸 10년동안 옆에서 지켜봤다.

‘너희들 졸업만 하면 ㅇㅇ할거야’

‘너희들 재수만 끝나면 ㅇㅇ할거야’

‘상황이 괜찮아지면 ㅇㅇ할거야’

이런식의 말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핑계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어렸을때는 ‘맞아 상황이 그러니까 나도 나중에 상황 괜찮아지면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경험해보니 나는 조건이 만족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하지 않더라.

30년 경험해보니 난 그렇게 조건을 붙여서 뭔가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냥 하고 싶다하면 바로 해야한다.

중간에 멈춰도 되니 그냥 해야한다. (그래도 욕심이 있다면 웬만하면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만들어놓고 싶긴 하다)

이런 태도때문에 추진력좋다는 소리는 매번 듣는다.

(가끔은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할정도로…..;;;;;;)



( ps. 이게 비단 어떤 일에 관해서만 적용되는 논리도 아니다.

물론 어느정도 이제 나이가 들면 그렇게 행동하는것도 조심스러워지고 늘 방어기제가 먼저 생기긴 하지만

난 사람 마음에도 조건을 거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걔가 말을 예쁘게 했으면 나도 예쁘게 했을거야’

‘걔가 먼저 배려해줬으면 나도 배려해줬을거야’

‘걔가 먼저 선물을 해줬으면 나도 해줬을거야’

라는 식의… 난 절대 먼저 손해보지 않을거다, 라는 마음가짐.

근데 상대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걸..?


물론 이해는 한다.

20대 초가 아닌이상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내가 먼저 항상 뭔가를 한다는건 지치는 일은 맞으니까.

그러다가 ‘왜 늘 나만 먼저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관계가 끝나게된다.

그게 어른의 세계겠지.


그치만.. 그런걸 다 알지만,

난 그냥 상대가 그런마음이 아니더라도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게 친구가 됐든 애인이됐든간에.

조건같은건 걸고싶지않다.

‘난 내가 좋으니까 이렇게 해주고싶어’

‘난 너가 배려받는다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으니까 배려해줄래’

이런식이다

(그래서 시니컬한 내 친구가 나한테 그랬다.

‘야 니 정도 나이먹으면 좀 dry해질때도 됐는데 넌 어째된게 아직도 20대 같냐’ 라고 했음

난, 용기 있으니까. 내가 다쳐도 다시 용기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싶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사람들에게는 사랑이 넘치는 관계로 남고싶다.)




예전에 ‘쓸데없는 일을 합니다’ 라는 컨텐츠를 본적이 있다.

정말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런 수요도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근데 그게 한때 굉장히 유명해졌었다.

모두가 ‘쓸데있는걸 해야해’라는 생각에 지쳐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인간에게 다시 정진할 힘을 주는 일은 어쩌면 쓸데없는일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 나를 짓누르던 생각에서 벗어나는것.

그래서 재밌는것.

그게 취미잖습니까

생각해보면 난 여태 becoming의 인생을 살았다.

항상 목표가 ~가 되는것, ~하는것 이렇게 마침표가 찍히는 것들.

아마 내 20대에는 버킷리스트라는게 유행하기도 했고,

그때 당시에는 그런거라도 없으면 인생에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겠지만,

10년동안 버킷리스트같이 마침표를 찍어주는 일들을 하다보니 지금에서는 알겠다.

난 마침표를 찍는것에 재미를 잘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그리고 그 성과에 인생을 걸정도로 즐거워하지도 않는다는것.

여태 인생을 살면서 뭔가를 끝냈을때 후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긴했지만

항상, 늘, 바로 뒤따라 오는건 허무함이었다.

허무했다. 늘 뭔가가 끝나면.


나는 being의 상태가 좋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그 상태. 잠시 멈출지라도, 뭔가를 하고있다는 그 상태가 더 좋다.


매일은 아니지만 새벽기상을 하는 그 상태가 좋고,

드럼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그 상태가 좋고,

유튜브를(요즘 너무 안해서 한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지만..) 1년간은 정말 꾸준히 했었던 그 상태가 좋다.

being의 상태가 좋다.


인간은 필수적으로 쓸데없는게 필요하다.

그게 내 인생의 안식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동굴정도는 되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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